도계M매거진-01호 목록 > 2024년 상반기 미디어교육 후기 < 3 >

글 | 최은정 - 미디액트
폭설이 쏟아지던 봄에 시작한 교육이 볕이 뜨거운 초여름에 마무리되었다. 동해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7번 국도를 타고 한참을 달려가면 전교생 10-20명 남짓인 임원중학교와 원덕중학교에 다다른다. 지도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생경한 길이었다. 하지만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는 익숙한 구조와 오늘도 폭설과 폭우를 뚫고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학교는 늘 반가운 풍경이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 순간 스릴 넘치고 보람 있었던 여정이었다.

한국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의 후원과 도계미디어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삼척 지역 학교 미디어교육은 생성형 AI 활용과 교내 방송반 운영을 목표로 진행됐다. 도계미디어센터가 참여 학교 수요를 바탕으로 큰 방향성을 제시했고 강사가 세부 내용을 채워나갔다. 삼척 지역 주요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했기에 각 기관 특성에 맞는 연결 지점을 만들고 소통하는 도계미디어센터의 역할이 중요했다. 또한 교육 이후에도 미디어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학교 내 구비된 장비의 활용도를 높이고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원덕중학교는 6회라는 짧은 기간 동안 2, 3학년 교과와 미디어를 연계시켜 진행하기로 했다. 도계미디어센터의 아이패드를 활용해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생성형 AI 앱으로 1분 내외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재해 재난 현장, 역사 문화 유적지, 화석 에너지가 고갈된 모습,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 이미지를 만든 후, 이를 움직이는 이미지로 최종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교육 중에는 도계미디어센터의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활용했지만 교육 이후에는 교내에 구비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활용할 수 있도록 양쪽 운영 체제에서 모두 설치 가능한 앱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과정 중 틈틈이 영상 언어나 미디어 윤리 등에 대한 개념이나 관점이 잡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짧은 기간 진행된 교육이라 학생들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한 기획이나 자기 이야기를 구성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미디어 기기와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답게 매우 능숙하게 앱을 다뤘고, 단시간에 재치 있고 개성 있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대사와 효과를 활용해 짧은 이야기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수업의 연장선으로 느껴 지루했을 법도 한데 교육 결과물은 한결같이 재미있고 신선했다. 향후 캐릭터와 대사를 바탕으로 자기 이야기를 만든다면 학생들의 생각을 좀 더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임원중학교는 10회 동안 학교 방송반 운영을 목표로 했다. 몇 년 전 구비한 교내 방송 장비를 활용해 점심시간에 방송이 가능하도록 진행했다. 짧은 기간이었기에 13명의 전교생이 모둠을 나누고 역할을 정해 실전 위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갔다. 그 결과, 3번 만에 무려 3개의 코너가 들어간 첫 번째 라디오 방송을 뚝딱 만들었고, 마지막 날에는 4개 코너로 구성된 영상 뉴스를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작은 실수도 있었고 방송 사고도 있었지만, 전교생이 모두 모여 하나의 방송을 만드는 현장은 마치 합창을 보는 것 같은 감동이 있었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교내 장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초기에는 도계미디어센터 라디오 장비를 활용했으며, 과정 중 학교에서 추가 구매한 장비를 방송 가능하도록 점검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쓴 방송 대본 안에는 특유의 풋풋함과 따뜻함이 있었고 점차 익숙하게 장비를 다루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무엇보다 시험 기간에도 기술, 연출, 아나운싱, 작가, 촬영, 편집 등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 학생들의 꾸준함과 노력이 매우 고마웠다.
두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많이 쌓았다. 큰 산 너머 또 큰 산이 이어지는 태백산맥 자락과 바쁜 와중에 잠깐씩 들린 각기 다른 풍경의 해변, 그리고 가을 빼고 다 겪어본 변심 가득한 날씨까지. 함께 교육을 다닌 홍선정 미디액트 팀장님과 매번 잊기 어려운 강원도 에피소드를 쌓았다.

학생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겨우 도착한 학교에 자리 잡고 있던 거대한 눈사람과 그 주위를 뛰놀던 모습, 새침해도 살뜰하게 할 건 다 하려고 끝까지 펜을 놓지 않던 손, 장난끼 가득해도 유난히 졸다가도 그림을 그리거나 촬영을 하면 집중하던 모습, 첫 방송을 마친 쑥스러운 표정과 떨리던 목소리 등. 한 명 한 명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스승의 날 받은 아기자기한 손편지와 선생님께서 학생들이 만들었다며 건네주신 오미자차의 달콤함과 시원함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두 학교는 삼척시나 도계미디어센터에서도 차로 40분 이상 가야 하는 곳에 있다.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이 매우 길거나 돌고 돌아가야 하므로 이용이 어려웠다. 학생 수도 적어 공공적 성격의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이 아니라면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연일 언급되는 인구 감소나 지역 소멸을 새삼 실감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도로 보는 길과 실제 걷는 길이 다른 것처럼, 3개월 동안 교육을 진행하면서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그곳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났다. 그 이야기에는 먼 거리나 적은 인원에 얽매이지 않는 학생들만의 참신한 상상력과 꾸준한 노력이 담겨 있다. 그리고 미디어는 그 이야기를 방방곡곡으로 실어 나를 힘이 있다. 휴대폰 하나에 의지해 지옥철을 오가던 누군가가 삼척 지역 학생들의 풋풋한 이야기를 본다면, 한 번쯤 그곳에 가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누구나 미디어를 접하고 쉽게 사용하지만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 사이에서 좋은 이야기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을 통해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을 표현한다면, 그 지역만의 이야기가 다시 미디어를 매개로 지역을 넘나든다면, 당면과제인 지역 소멸에 작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대로 지역 자원을 연결하고 꾸준히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부디, 도계미디어센터의 열정이 지치지 않기를, 삼척빛드림본부와 같은 지원이 많아지기를, 무엇보다 큰 마음을 가진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참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2학기 때 원덕중학교와 임원중학교는 영화제작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가을 펼쳐질 신박한 생각과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응원하며, 부족한 교육 소감을 마친다.
글 | 최은정 편집 | 도계미디어센터 사진・영상촬영 | 도계미디어센터 ⓒ 도계미디어센터
도계M매거진-01호 목록 > 2024년 상반기 미디어교육 후기 < 3 >
글 | 최은정 - 미디액트
폭설이 쏟아지던 봄에 시작한 교육이 볕이 뜨거운 초여름에 마무리되었다. 동해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7번 국도를 타고 한참을 달려가면 전교생 10-20명 남짓인 임원중학교와 원덕중학교에 다다른다. 지도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생경한 길이었다. 하지만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는 익숙한 구조와 오늘도 폭설과 폭우를 뚫고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학교는 늘 반가운 풍경이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매 순간 스릴 넘치고 보람 있었던 여정이었다.
한국남부발전 삼척빛드림본부의 후원과 도계미디어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삼척 지역 학교 미디어교육은 생성형 AI 활용과 교내 방송반 운영을 목표로 진행됐다. 도계미디어센터가 참여 학교 수요를 바탕으로 큰 방향성을 제시했고 강사가 세부 내용을 채워나갔다. 삼척 지역 주요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했기에 각 기관 특성에 맞는 연결 지점을 만들고 소통하는 도계미디어센터의 역할이 중요했다. 또한 교육 이후에도 미디어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학교 내 구비된 장비의 활용도를 높이고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원덕중학교는 6회라는 짧은 기간 동안 2, 3학년 교과와 미디어를 연계시켜 진행하기로 했다. 도계미디어센터의 아이패드를 활용해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생성형 AI 앱으로 1분 내외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재해 재난 현장, 역사 문화 유적지, 화석 에너지가 고갈된 모습,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 이미지를 만든 후, 이를 움직이는 이미지로 최종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교육 중에는 도계미디어센터의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활용했지만 교육 이후에는 교내에 구비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활용할 수 있도록 양쪽 운영 체제에서 모두 설치 가능한 앱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과정 중 틈틈이 영상 언어나 미디어 윤리 등에 대한 개념이나 관점이 잡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짧은 기간 진행된 교육이라 학생들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한 기획이나 자기 이야기를 구성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미디어 기기와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답게 매우 능숙하게 앱을 다뤘고, 단시간에 재치 있고 개성 있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대사와 효과를 활용해 짧은 이야기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수업의 연장선으로 느껴 지루했을 법도 한데 교육 결과물은 한결같이 재미있고 신선했다. 향후 캐릭터와 대사를 바탕으로 자기 이야기를 만든다면 학생들의 생각을 좀 더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임원중학교는 10회 동안 학교 방송반 운영을 목표로 했다. 몇 년 전 구비한 교내 방송 장비를 활용해 점심시간에 방송이 가능하도록 진행했다. 짧은 기간이었기에 13명의 전교생이 모둠을 나누고 역할을 정해 실전 위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갔다. 그 결과, 3번 만에 무려 3개의 코너가 들어간 첫 번째 라디오 방송을 뚝딱 만들었고, 마지막 날에는 4개 코너로 구성된 영상 뉴스를 실시간으로 송출했다. 작은 실수도 있었고 방송 사고도 있었지만, 전교생이 모두 모여 하나의 방송을 만드는 현장은 마치 합창을 보는 것 같은 감동이 있었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교내 장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초기에는 도계미디어센터 라디오 장비를 활용했으며, 과정 중 학교에서 추가 구매한 장비를 방송 가능하도록 점검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쓴 방송 대본 안에는 특유의 풋풋함과 따뜻함이 있었고 점차 익숙하게 장비를 다루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무엇보다 시험 기간에도 기술, 연출, 아나운싱, 작가, 촬영, 편집 등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 학생들의 꾸준함과 노력이 매우 고마웠다.
두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경험을 많이 쌓았다. 큰 산 너머 또 큰 산이 이어지는 태백산맥 자락과 바쁜 와중에 잠깐씩 들린 각기 다른 풍경의 해변, 그리고 가을 빼고 다 겪어본 변심 가득한 날씨까지. 함께 교육을 다닌 홍선정 미디액트 팀장님과 매번 잊기 어려운 강원도 에피소드를 쌓았다.
학생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겨우 도착한 학교에 자리 잡고 있던 거대한 눈사람과 그 주위를 뛰놀던 모습, 새침해도 살뜰하게 할 건 다 하려고 끝까지 펜을 놓지 않던 손, 장난끼 가득해도 유난히 졸다가도 그림을 그리거나 촬영을 하면 집중하던 모습, 첫 방송을 마친 쑥스러운 표정과 떨리던 목소리 등. 한 명 한 명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스승의 날 받은 아기자기한 손편지와 선생님께서 학생들이 만들었다며 건네주신 오미자차의 달콤함과 시원함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두 학교는 삼척시나 도계미디어센터에서도 차로 40분 이상 가야 하는 곳에 있다.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이 매우 길거나 돌고 돌아가야 하므로 이용이 어려웠다. 학생 수도 적어 공공적 성격의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이 아니라면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연일 언급되는 인구 감소나 지역 소멸을 새삼 실감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도로 보는 길과 실제 걷는 길이 다른 것처럼, 3개월 동안 교육을 진행하면서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그곳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났다. 그 이야기에는 먼 거리나 적은 인원에 얽매이지 않는 학생들만의 참신한 상상력과 꾸준한 노력이 담겨 있다. 그리고 미디어는 그 이야기를 방방곡곡으로 실어 나를 힘이 있다. 휴대폰 하나에 의지해 지옥철을 오가던 누군가가 삼척 지역 학생들의 풋풋한 이야기를 본다면, 한 번쯤 그곳에 가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누구나 미디어를 접하고 쉽게 사용하지만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미디어 콘텐츠 사이에서 좋은 이야기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을 통해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을 표현한다면, 그 지역만의 이야기가 다시 미디어를 매개로 지역을 넘나든다면, 당면과제인 지역 소멸에 작은 대안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대로 지역 자원을 연결하고 꾸준히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부디, 도계미디어센터의 열정이 지치지 않기를, 삼척빛드림본부와 같은 지원이 많아지기를, 무엇보다 큰 마음을 가진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참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2학기 때 원덕중학교와 임원중학교는 영화제작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가을 펼쳐질 신박한 생각과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응원하며, 부족한 교육 소감을 마친다.
글 | 최은정 편집 | 도계미디어센터 사진・영상촬영 | 도계미디어센터 ⓒ 도계미디어센터